[천자칼럼] 정치와 주술

입력 2023-04-07 18:04   수정 2023-04-08 00:35

점술은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힘의 법칙이나 원리를 안다는 사람을 통해 미래를 엿보려는 행위다. 사주명리, 관상, 별자리, 풍수 등 예측하는 방법도 다양하다.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초자연적 존재나 신비한 힘을 빌려 인간의 길흉화복을 조정 또는 조작하려는 것이 주술이다. 영국 문화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는 1890년 출간한 명저 <황금가지>에서 주술을 크게 모방주술과 접촉주술로 분류했다. 모방주술은 유사성을 지닌 정령들끼리는 서로 통하고 감응한다는 믿음에 기반한다. 러시아의 어떤 마을에서는 전나무 위에 남자들이 올라가 솥이나 통을 두드려 천둥소리를 흉내 냄으로써 비 오기를 기원했다. 임신부가 오리고기를 먹으면 아기의 수족이 붙는다고 해서 금기시했던 한국 풍속도 마찬가지다.

접촉주술은 어떤 사람이 접촉한 물체에 모종의 행위를 가하면 그 사람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다. 다래끼가 난 사람이 속눈썹을 뽑아 길바닥의 돌 위에 놓았을 때 가장 먼저 그 돌을 찬 사람에게 다래끼가 옮겨간다고 믿는 게 대표적이다. 접촉주술은 모방주술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시대 궁중 여인들이 해치려는 상대방의 초상이나 인형을 벽에 걸어놓고 활로 쏘거나 바늘로 찔렀던 게 그런 사례다.

주술은 개인이나 집단이 잘되기를 바라는 백주술((白呪術)과 남을 해코지하는 흑주술(黑呪術)로도 구분하는데 초상이나 인형을 활로 쏘는 게 흑주술이다. 부족한 땅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탑이나 조각상 등을 세우는 비보(裨補)풍수는 백주술이라고 하겠다.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“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”라고 공개했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의 반전이 화제다. 이 대표의 문중 인사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를 돕기 위해 ‘생명기(生明氣)’라고 쓴 돌 5~6개를 묻어 기(氣)보충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. 흑주술이 백주술로 바뀐 셈이다. 정치인들이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점집을 찾고 유명한 역술인이나 풍수 전문가도 만난다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다. 첨단과학이 우주의 비밀까지도 풀고 있는 마당에 주술 타령이라니….

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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